가야산 만물상 신비로움에 머문날| ─────── 까치놀
산행일시: 2010년 8월 4일 06시10-12시29분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38년 동안 개방하지 않았던 가야산 만물상 등산로가 개방되었는지기 달포가 지났다.. 오랫만에
만에 속살을 드러내는 만물상은. 그동안 뭘 감추고 있었으며,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백운동 야영장에서 기대와 설레임으로 잠을 설
치며 아침일찍 산행길에 나섭니다
백운동 탐방안내소 옆에서 시작하는 산길은 시작부터 가파른 길이 계속이어지는데 개방한 지 불과 한 달 남짓밖에 되지 않은 등산
로가 제법 오랜시간 사람이 다닌 길 같아 보입니다. 오르막길 이지만 우거진 숲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며, 위험한 구간은 계단을
만들어 쉽게 산행길을 도와 주고있다.. 된비알을 올라서니 아침안개에 잠자는듯 고요한 심원사가 300~400년동안 폐사로 남아있다
근래에 복원되어 아주 정갈한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옵니다
아침안개가 햇살을 등지고 산골짜기를 따라 한걸음 한걸음 산정으로 치닫는 시간.. 시야가 확 트인 조망처를 만납니다 서쪽으로는
완만한 능선의 가야산이지만, 오르고 있는 북쪽과 동쪽은 바위산이 우뚝우뚝 솟아 마치 키재기 경쟁이라도 하는 듯 암봉으르 이룬
산들이 시야를 압도해 버립니다. 산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보이지요
안부에 올라서면 암벽사이로 나타난길이 새로운 미로속으로 들어가듯 길을 만들며.. 벼랑끝에서 다시금 바위틈새로 때론 험로가 나
타나는 구간은 나무데크로 만들어 안전을 위해 잘 정돈되어 있으며.. 암벽의 능선아래는 벼랑끝이라 간담이 서늘해 지기도 합니다
산능선은 비바람에 깎이고 씻긴 기암괴석들은 억겁의 세월을 대변하고 있으며, 그 긴 세월 동안 각각의 바위들은 마치 ‘자연의 교향
곡’이라도 연주하는 듯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으로 거듭나며, 천상의 화음이 울려퍼지듯 스스로 ‘교향악’이라 불러달라는
듯합니다.
산은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가듯 옮기는 걸음마다 또 다른 선계의 세계가 나타나고.. 산객은 아름다운에 빠져 다 채우지
못하고 빈 여백을 남겨둔채 미로속에 빠져듭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면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을 손끝에서 흰 화선지에 옮겨 담을수 있을까 자연의 웅장함 그속에 머무는것
만으작은 행복에 빠져봅니다
올망졸망 보여주는 아름다운 봉우리가 음계의 선율처럼 느껴져 오선지에 악보라도 그려보면 천상의 화음이 들려올까...늘 부족함이
가득한 범부의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황홀할 뿐입니다
바위벼랑끝에 자라잡은 노송은 만물상의 아름다운 극치의 삼매경에 빠져 지나온 세월의 이야기를 들려줄것만 같아 살포시 귀대어
봅니다
언제 축조되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등산로 옆에는 바위와 바위를 조그만 돌들이 연결하고 있는 가야산성이다. 산성이 둘러싸고 있는
내부 계곡은 도저히 사람이 기거할 만한 장소가 못 돼 보이는데.... 어찌 이런 곳에 산성이 있을까? 풀어헤치지 못하는 수수께끼를
안고가듯 발길을 옮겨갑니다
마당바위를 지나면 만물상이 자태를 서서히 드러냈다. 하나 둘씩 드러낸 암벽은 수천, 수만 년의 풍상을 견딘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서로 뽐내는듯 하는데..방해물이 있다면 산정의 기온이 올라갈수록 산아래 안개자락이 피어올라 조망을 일순간 덮어버리지만 희미
함 속에서도 언듯언듯 보이는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자연의 교향악’ 앞에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기암의 향연에 땀이 식는줄 모른채 발길을 멈춰 산행 속도는 늦어만집니다
늦어진들 어떠리. 흔치 않은 기암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니.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긴 채 느림의 미학으로 향연을 즐깁니다
가만히 턱을 괸 형상의 얌전한 돌고래바위가 있는 반면, 마치 먹이를 달라고 점프를 하는 듯한 모습도 있다. 코끼리바위는 몸통을
감추고 수줍은 듯 길쭉한 코만 드러내고 있으며.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고
두꺼비바위는 원체 덩치가 큰 녀석이라 옆을 지나쳐도 그 형체를 금방 알아차릴 수 없는데. 한참을 지나 뒤돌아봐야 제대로 모습을
파악할 수 있고...광개토대왕비석처럼 생긴 바위, 쌍둥이바위 등등 그 형상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기만 합니다.
수려한 산세에 배고픔도 잊은채 늦은 아침을 간식으로 채워보는데 바라보는 풍경에 배가 불러 간단한 요기로 해결하고 눈은 풍경
삼매경에 즐겁기만 합니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 38년 만에 등산로를 개방한 가야산 만물상을 왜 이제서야 아름다움 보여주는지...지나온 억겹의 세월속에 바라
만 보다 오르지 못한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한마디로 ‘기암괴석의 향연’이고 ‘자연의 교향악’이었다. 코끼리바위, 돌고래바위, 기
도바위 두꺼비바위, 쌍둥이바위 등 갖가지 모양을 한 바위가 지천에 뽐내는 듯 널려 있다. 기도바위는 아직도 기도가 끝나지 않은듯
세상을 등지고 면벽 좌선하는 모양이다. 수천 년의 세월을 버텨온 그 자세가 언제쯤 끝이날지.....
한번에 다 보고 즐기는 것은 나의 식견으로는 한계가 있는것 같다 ..모르고 지나치고 연무에 가려 보지 못함이 다시금 이산정을 찾
을때 되내이며 기억하고 소중히 가슴에 간직하란 신의 뜻이겠지...
만물상 능선의 백미는 능선 끝 지점에 있는 상아덤까지 계속됩니다. 상아덤에 올라서면 만물상의 모든 형상이 한눈에 들어오며 만
물상이 시원스레 늘어서 펼쳐지니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한참을 이리저리 뜯어보면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형상이지요
발 아래 내려다보이는 만물상의 험난한 코스를 어떻게 지나왔을까 싶은데... 실제로는 풍경 삼매경에 빠진 나에겐 그리 위험한 길은
아닌데도 말이다... 이쪽 저쪽으로 방향을 돌아가며 살펴보며 카메라 셔터를 아무리 눌러도 지겹지 않은곳. 그런 만 가지 형상을 한
만물상이다.
만물상의 끝 상아덤은 가야산의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가야산 여신(산신)인 ‘정견모주(正見母主)’와 하늘신(천신) ‘이비하(夷毗
訶)’가 노닐었다는 전설이다. 성스런 기품과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정견모주는 가야산 자락에 사는 백성들이 우러러 받드는 여신이
었다. 여신은 백성들에게 살기 좋은 터전을 닦을 큰 힘을 얻기 위해 밤낮으로 하늘에 소원을 빌었다. 그 정성을 가상히 여긴 하늘신
이비하가 오색구름 수레를 타고 상아덤에 내려왔다. 천신과 산신의 만남이었다. 천신과 산신은 성스러운 땅 가야산에서 부부의 연
을 맺고, 옥동자 둘을 낳았다. 형은 아버지 천신을 닮아 얼굴이 해와 같이 둥그스름하면서 불그레했고, 아우는 어머니 여신을 닮아
얼굴이 갸름하고 흰 편이었다. 형은 대가야의 첫 왕인 ‘이진아시왕’이 되었고, 동생은 금관가야국의 ‘수로왕’이 되었다는. 최치원이
지은 <석순응전(釋順應傳)>과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대략의 줄거리이지요
아름답고 황홀한 만물상능선이 끝나고 주봉이 칠불봉에 눈길이 머물며 걸음을 재촉합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함이 묻어 나오는 것은 그대의 숨결을 이 토록 가까이에서 느끼면서 날마다 신선한 아침을 맞이 하고싶고 산
사랑의 마음을 가득담아 내 가슴에 채우고 싶다
깊은 골짜기 샘물이 그리우면 토끼처럼 달려가고 바위덤의 푸른 청솔이 보고싶으면 다람쥐처럼 뛰어가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는
바위에 앉아 평화로운 자연속에서 선하고 너그러운 자연의 품을 닮아가고 싶다
그대 심연에 사랑을 노래하는 작은새가 살고있는 나무 아래서 그대가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담아 아름다운 글을 쓰고 구름이 웃음
짓는 언덕에 올라 신선의 꿈을 키우며, 별들의 속삭임을 들으며 별빛에 흠뻑취해 그대 품안에 고요히 잠들고 싶습니다
그대 향한 나의 사랑이 화창한날에도 흐린날에도 바람불고 눈내리는 날에도.. 사계절 어느 한구석에도 빈틈없이 늘 그대 품속에 머
물고 싶습니다
높아만 보였던 산행길이 이제는 끝이 보입니다..마가목에 앉은 잠자리 한마리 묘기를 보여주는듯 시선을 잠시 머물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칠불봉 산정에 섭니다 본래는 상왕봉(1430m)이 정상이었으나 국토정보지리원에서 실측한 결과 칠불봉(1433m)이 정상이라고 인
정되었으나, 칠불봉은 경북 성주땅이고 상황봉은 경남 합천땅이라 서로가 정상임을 주장하고 있고 행정상으론 상황봉이 높이로는
칠불봉이니 산정은 안개처럼 혼돈의 늪에 가려져있습니다
칠불봉에서 동성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솔나리 보호구역으로 비지정 탐방로로 지정되어 갈수없어 눈길만 머물러 봅니다
산정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은 철계단으로 아스라합니다 ...한걸음 한걸음을 올라선 능선길이 꿈길처럼 아늑해 보입니다
긴산꼬리풀이 마중을 나와 산객을 반갑게 맞이하고
숲속에선 잠에서 들깬 아이처럼 잠투정에 빠진 송이풀이 수줍게 웃고있고
햇볕조차 들지않은 바위틈엔 산수국이 피어서 순백의 세계로 향하는듯 하고
그리 넓지않은 산정의 평원에는 산오이풀이 만개하여 여름에서 가을로 향하는 계절이 바뀜을 암시하고
풀섶의 이질풀은 고운모습으로 나를 반기니.. 모두가 나의 사랑하는 자연의 모습이고 고운 벗들이 됩니다
또 하나의 찰계단을 타고 올라선 상왕봉은 소의 머리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우두봉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이곳으로부터는 팔만
대장경의 성지인 해인사 땅이라고 불리우고 있답니다
상황봉에 잠시 머문 사이 칠불봉은 조망을 보여주기 싫은듯 안개빛에 가려집니다.. 산은 늘 천태만상의 형상으로 우리곁에 머물며
아름다움을 선사 하는것 같지요...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철계단 난간에 서서 해인사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닿지못한 발걸음에
눈길만 머뭅니다
흰 여로가 곱게 피어 눈인사를 건네고
모싯대 곱게피어 종소리를 울리니 천상의 교향곡이 울려퍼지는듯..아름다운 화음이 들려오는 고운 산정에 내가 머물수 있는 공간
이 있어 행복합니다
밥을얻어 먹지못해 죽었다는 며느리의 애듯한 전설이 있는 며느리 밥풀꽃도 피었습니다...가만히 들여다본 꽃잎속에 두개의 밥풀
데기도 보입니다
한마리 나비가 한가로이 오수를 즐기는 꽃길도 지나고
기린초 아름다운 자태의 황홀한 모습에 잠시 눈길도 머물고
은은한 꽃향기가 백리까지 번저 나간다는 백리향도 만납니다..척박한 바위틈새에 자리잡은채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어 주듯 감사의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마지막 하산길에 진객을 만납니다... 가야산의 솔나리.. 숲길에 살포시 몸을 숨긴채 좀처럼 보여 주지 않을것 같았는데 이 토록 고운
모습을 보여주니 너무나 반갑기만 합니다.. 솔나리 보호를 위해 가야산에 산재해있는 야생염소까지 붙잡아 들이는 형편이니 그 개
체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기에 꾸준히 보존되고 보호하는 마음의 자세가.... 산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깃들면 하는 바램입니다
“스님아 청산이 좋다고 말하지 마라... 산이 좋다면 웬일로 산을 나오나 두고 보아라... 다른날 나의 종적을...한번 청산에 들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 백운동 용기골로 하산하면서 孤雲 崔致遠의 입산 詩를 떠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