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돌다리
언제부터인지 잊혀졌던 고향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그래서 내고향 돌다리를 나타내는 돌석자, 다리교자, '석교'를 호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20년만에 그곳을 찾았다.
그곳에 가면 입구에서 충청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낙건정이 반갑게 맞이 한다.
저곳이 바로 어렸을땐 무던히도 쇠창살을 넘어가 방학숙제도 하고 낮잠도 청했던 곳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202934D5393C5EA11)
낙건정 아래로 둘레가 4키로 정도 되는 저수지가 있다.
사람들은 저 못을 돌다리 방죽이라 불렀고 제방 아래에는 충북에서는 알아주는 곡창지대였던 오송뜰이 있었기에
이 일대 농업용수를 저장하는 장소로 농민들의 젓줄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 많은 논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고 저렇게 수천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정월 대보름이면 친구들과 쥐불놀이에 몰두했던 제방둑이 이젠 도시풍의 공원으로 변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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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은 저수지 물이 만수가 되면 자연히 흘러 넘치도록 만든곳인데 우리는 모두 '파수'라고 불렀다.
물이 넘칠때마다 물고기 참, 많이 잡았고...
아주 옛날에는 저곳이 돌다리로 되어 있어서 마을 이름이 돌다리였단다.
내가 어릴땐 아주 좁은 다리를 세멘트로 만들어서 서커스 곡예하듯이 건너 다녔는데 지금 보니 제법 넓은 다리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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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 아래뿐만 아니라 저수지 건너편에도 온통 아파트 공사장뿐이다.
보이는 곳마다 산이 아니면 저수였던 동네가 언제 이렇게 변한 것인지,
무심하게도 20년만에 고향을 찾았더니 그저 어리둥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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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제방에서 우렁도 많이 잡고 낚시꾼도 참, 많았는데...
지금도 낚시하는 풍경은 변하지 않았지만 왠지 오늘은 낯설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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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안의 마름은 오히려 더 많아진듯 하다.
수영하면서 마름 까시에 많이도 찔렸었지...
낚시줄이 마름줄기에 걸리면 옷을 벗고 들어가는 낚시꾼이 많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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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집 앞 낚시터이다.
주말마다 도회지 사람들이 저곳에 와 낚시를 하면 지렁이도 잡아다 팔고,
쓰다가 버리고 간 낚시대를 주워 붕어를 잡던 기억에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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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 뒤쪽으론 '행상집'이라 부르던 마을 행여를 보관하던 가건물이 아직도 있다.
비가 오는날이나, 어두운 밤이면 저 앞을 지나가기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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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내가 살던 집이 지금까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지어서 대학시절까지 살았고, 이후로 20년이 더 지났으니 40년 가까이 된 집인가 보다.
어릴적 집을 지을때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달려들어 지었고, 새로 지은집에 입주해선 좋아서 잠도 오지 않았는데,
이젠 초가집마냥 촌스럽지만 우리집이 그대로 있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변한 것이 있다면 바로 집뒤로 KTX 열차길이 새로 생긴것이 껄쩍지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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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가엔 버드나무가 여전히 군데군데 있다.
이른 봄 버드나무가지에 물이 오르면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고 다니던 시절이 엇그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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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년시절 동경의 대상이던 동림산이다.
우리집 마루에서 내다보면 가장 멀리 보이던 것이 바로 저 동림산이었다.
언젠가는 저산에 오르리라고, 그곳은 어떤 세상인지 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은 내나이 50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이루지 못한 소망이고 꿈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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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림산 옆에 자리한 이름 모르는 산이다.
우리는 어렸을적 그냥 '먼 산'이라 불렀다. 그 옛날 내 아버지, 할머니께서 아궁이에 땔감을 때던 시절엔 나무를 하러,
아니면 묵밥이라도 배를 채우려고 도토리를 주우러 꼬박 하루를 걸려 다녀오곤 했던 산이다.
그 앞에 백로가 서식하는 지역은 옛날엔 그냥 늪지였던 것 같은데 지금보니 나무가 무성하다.
아마도 버드나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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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림산을 뚫고 먼산을 지나 우리집 뒷뜰을 가로지르는 KTX가 5분이 멀다하고 휙, 휙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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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한바퀴 다돌고 원점으로 돌아와 아쉬움에 다시한번 내려다 보고 한컷 더 찰칵한다.
어린시절 아카시아꽃이 만발했던 곳인데 지금은 그많은 나무가 다 어디가고 달랑 한그루만 남아 있다.
그것도 말라죽어 가지만 앙상한채로...
그러고 보니 죽은 나뭇가지 뒤로 뿜어 오르는 먼지와 건설 현장의 풍경이 오늘 고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발의 풍경이란...
그저 슬퍼 보임은 나만의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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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카시아 나무 밑에서 똥개 한마리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낚시꾼을 상대로한 마을 매점이 자리한 집인데 옛날부터 외딴집이라 늘 개를 키웠었다.
개는 그때 개가 아니고, 나는 그때의 나이건만, 지금은 내가 이방인이고 저 개가 이마을의 주인이다.
녀석...보긴 뭘 봐, 사실은 내가 박힌돌이고 니가 굴러 들어온 돌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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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셔터를 끄려는데 어디선가 기러기 한마리가 날아온다. (기러기 맞나?)
나도 발 달린 짐승이라 이렇게 고향을 찾았지만 녀석도 철새이니 어쩌면 해마다 이곳을 찾았겠지.
아니, 나보다 더 절절하게 이곳을 고향으로 여기는지도 모르지...
녀석의 눈에도 크레인이며 하얗게 올라가는 콘크리트 벽이 낯설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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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무엇이 그간 그리도 바빴는지...
언제쯤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그래도 찾아야지, 난 곳인데.
어쩌면 흙으로부터 어머니 자궁을 빌어 왔다고 믿는 삶,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人生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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