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글과 사진 이영득/제2회 불교청소년도서저작상 수상자]들나물 캐기

꽃요일.

봄나물을 하러 갔다.

소녀 같은 바람흔적미술관 관장님을 따라 내려 가니

들나물이 가득하다.   

꽃다지, 벼룩나물, 벌씀바귀, 고들빼기, 돌나물, 점나도나물, 개망초...

봄나물이 온 데 깔려 있다.

밭고랑에 난 풀

웬만한 건 다  먹을 수 있다니 놀란다.

겨울 난 봄나물은 보약이라니 또 놀란다.

이쁜 꽃을 피워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것도 고맙지만,

먹거리가 되어 주는 건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다.

 

 벌씀바귀 맞아요? ^^

 

바람흔적미술관 관장님이 두르고 있는 나물주머니는

주머니속 나물 도감 나왔을 때

쿨맘 언니가 만들어 준 거다.

오늘, 나물 모델 하라고 바람흔적미술관 관장님 허리에 둘러드렸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물주머니!

어쩌면 이렇게 이쁘게 만들었을까?

언니 맘이 그대로 보이는 주머니. 

빛깔도 자연빛이고,

크기도 딱 풀꽃지기 맞춤형이다.

크지 않고, 칸도 세 칸.

데칠 나물, 생으로 무칠 나물, 쑥.

이런 식으로 넣으면 딱이다.^^

지난해부터 자랑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소원 이루었다. ^^

(쿨맘 언니 참말로 고마워요! )

 

 인기 만점 돌나물^^

 

도담도담 꽃다지.

냉이랑 개망초랑 벼룩이자리랑 넣어 된장국 끓이려고 조금 뜯었다. 

 

나물하는 모습,

그대로 자연이다.

 

새싹 비빔밥 하려고

환상덩굴 싹도 조금 뽑았다.

환삼덩굴 싹은 뜯어도 되고

뿌리째 캐서 씻어도 된다.

환삼덩굴은 이때가 연하고 맛있다.

조금만 지나면 금방 쇠어진다.

자라면 팔다리 긁혀 성가시기도 한 환삼덩굴은

혈압을 낮추고, 폐를 튼튼하게 하고, 오줌도 잘 나오게 한다.

약도 되고

나물 보약도 된다.

좋은 것도

함께 하니 더 즐겁고 행복하다.

  

 고마리 싹도 조금 뽑았다.^^

슈퍼에서 물 먹여 파는 새싹보다

 이쁘고 이쁘다.

 

 점심은 우리가 뜯은 봄나물로 비빔밥을 해 먹기로 했다.

비빔밥 할 것과 집에 있는 식구들한테 보약 주려고 

다들 열심히 뜯는다.^^

 캥거루 앞치마 같은 나물주머니 만들어 온 꿈이랑, 

ㅎㅎ 나물주머니 다 채워오지 않으면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말라했다던데^^

ㅋㅋ 반이나 채웠는가? ^^

소산 선배님이 다려 온 온갖 차와 이쁜 선물은

봄아짐들을 껍뻑 넘어 가게 했다.

 

한 점심 먹으려고 씻은 봄나물!

각자 나물 주머니에서 한 줌씩 덜어서 더 이쁘고 귀하다.^^

 

금방 뜸들인 밥에

 봄나물 한 줌 얹어

 된장 슥슥 비벼 먹는 맛이란!

 

ㅎㅎ 오늘 먹은 봄나물 비빔밥!

여기에 뭐~뭐 들어갔을까? 

쑥, 냉이, 벌씀바귀, 고들빼기, 벋음씀바귀, 개망초,

환삼덩굴 싹, 고마리 싹, 가락지나물, 돌나물...와, 벌써 열 가지가 넘네.^^ 

이 이쁜 봄나물 위에

매화 한 송이씩 얹었다.

 

 점심 먹고 달과별이님의

흙피리 연주를 들었다.

세상에나!

바람의 소년(?)을 연주할 거라며 제법 쌀쌀한데도

겉옷 훌렁 벗고 나왔다.

ㅎㅎ 완전 바람 소년이다.

 

 오후에는 서정홍 선생님 댁에 갔다.

10년 전, 경남글쓰기연구회 때 맺은 인연이다.

선생님은 감자 심을 밭에

맨발로 거름을 내고 계셨다.

땅기운 온 몸으로 받고 계셨다.

우리가 가니 탁배기를 한 잔씩 주신다.

먹고 귀한 똥은 선생님 댁에서 누란다.

귀한 똥거름한다고.^^

그래서 두 번이나 뒷간에 갔는데

작은 것 밖에 보지 못해 선생님께 죄송했다.^^

 

(고들빼기^^)

 

집에 오자마자 나물을 다듬었다.

내일 아침에 식구들한테

나물 보약 먹이려고.^^

인삼만큼 좋다는 고들빼기 뿌리가 엄청 실하다.

봄나물 무침 할 때도 넣고,

몇 뿌리는 야쿠르트 넣고 갈아서 신랑 줘야지.^^

 

냉이도 조금 캤다.

된장국에도 넣고

나물 무침에도 넣어야지.^^

 

 된장국 끓일 벼룩이자리.

밭에 꽃다지랑 벼룩이자리가 엄청 많았다.

 

밤밭에서 캔 산달래.

뿌리가 작은 마늘 수준이다.

ㅋㅋ 과장이 좀 심했나.^^

 

쇠뜨기 밥 지으려고 갓 올라온 거 몇 개 뜯었다.

식구마다 두 개씩 먹으려고.^^

그랬는데 주말에나 오는 큰딸이 뭔 일이 있어 오는 바람에

두 개도 안 돌아가게 생겼다.^^

 

 오늘 뜯고 캔 나물이다.

다듬고 씻어 놓으니 인물난다.

그득한 봄기운, 보기만 해도 배 부르다.  

 

[2010. 3. 17. 풀꽃지기 자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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