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불교청소년자원봉사활동수기 공모 입상작품[박지민글-베푸는 즐거움과 받는 기쁨]

제12회 불교청소년자원봉사활동수기현상공모 우수작 입상작품

 *자원봉사부문 

 

                                 베푸는 즐거움과 받는 기쁨

 

                                                      박지민

                                                                                                    [천안 용곡중학교 3학년]

 

 

                                                                                                

우리가족은 대구에 살다 올해 천안으로 이사 왔다. 동생은 초등학교 5학년, 나는 중학교 3학년이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하다. 그렇지만 선생님과 학생들이 친구같이, 자식같이 반겨주어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얼마 후 친구들은 이곳은 고등학교 입시가 광역시와 달리 비평준화 지역이라 알려 줬다. 그 중에서 중학교 3학년은 <자원봉사>를 하는 시간이 있는데 입시 준비로 바쁘니까 일찍 해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친구의 말을 듣고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역이 낯설어 어디를 가야할지 두려웠다. 집에 와서 이런 일을 엄마에게 말씀드렸다. 엄마는 우선 가까운 곳으로 가 보자고 하며 인터넷과 전화로 여기저기를 찾아보았다.

학교홈페이지를 통해 자원봉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근병원이 알맞은 곳 같아 그곳으로 전화로 알아보았다.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다.

이곳은 3월에도 많이 추웠다. 그 날 따라 눈발이 날리고 더 추웠다. 간호사의 안내를 받았다. 짐 정리며 청소를 했다. 내가 지나간 자리가 깨끗해졌다. 간호사가 칭찬해 주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확인서를 받아 손을 호호 불며 나왔다. 오면서 숙제를 위한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불편했다. 날씨도 춥고 많은 힘이 들었다. 그래도 봉사활동을 조금은 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은 올해 봉사활동의 지침이 조금 바뀌었다 하셨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관공서는 괜찮지만 병원에는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할 경우는 활동사진을 찍고 체험보고서를 작성해야 인정해 준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듣고 조금 화가 나기 시작했다. 봉사활동은 말 그대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지 보여주기 위한 봉사활동을 해야 하나? 하고는 기분이 나빴다. 어쩔 수없이 집에 돌아와 다시 엄마에게 변경된 봉사활동 내용을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엄마는 투덜거리는 내 모습을 보고 “지민아, 너무 속상해 하지마라.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네가 지난 번에 추운 날씨에 활동하느라 고생은 많았다. 하지만 어쩌겠니? 덕분에 진정한 봉사활동 했다고 생각해. 또 다른 곳을 찾아 하면 되잖아. 엄마와 함께 찾아보자꾸나.” 하며 나를 달래셨다.

어떤 친구는 아빠와 엄마가 관공서에 근무하고 있어 봉사활동을 하지 않고 봉사활동확인서 도장만 찍어 온다는 얘기도 들었다. 또 어떤 친구는 관공서와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친척에게 부탁해 확인서만 받아 온다는 말도 들었다. 이런 말을 들으니 더 화가 났다. 물론 이런 일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확인서 도장만 받아오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추운 날씨에 하고도 사진을 찍어 놓지 않았다고 인정이 되지 않아 성이 가시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보신 엄마는 “지민아 봉사활동의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니란다.”하며 자꾸만 나를 달래셨다. 나도 봉사활동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되는 관공서에 가서 하기로 하고 인근 동사무소를 찾았다. 동사무소에는 요즘 인턴제로 운영되고 있어 봉사활동 요원이 필요하지 않다 했다. 반드시 필요하면 특정한 일정에 따라 시와 구에서 연락하는 지역 환경미화 하는 날이 있으니 참여해 보라는 것이다. 동사무소에서 활동하려 생각하니 퇴근시간이 지난 후가 돼서 그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관공서 중에서도 휴일 날 근무하는 곳을 찾아야 했다.

경찰서, 소방서 등에 전화로 문의를 했다. 여러 곳을 문의했지만 내가 가야할 곳이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사무소 동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공휴일 날 근무하는 곳을 안내해 주며 가보라는 것이다. 다행히 가까운 상수도사업본부를 안내해 주어 엄마는 장소를 물어보고 데려다 주었다.

그곳에 도착했더니 반겨 주며 1층과 2층 화장실, 목욕탕, 사무실, 회의실 등을 청소하라고 하였다.

담당직원은 엄마에게 “어머님은 학생이 봉사하는 시간 동안 사무실 의자에 앉아 계시든지 아니면 가시든지 하세요.” 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들은 엄마는 “담당자님, 저도 딸아이와 함께 하겠습니다.” 하면서 고무장갑과 빗자루를 가져와 바닥을 쓸고 책상을 닦았다. 이 모습을 본 나는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위로가 되었다. 둘이서 한참을 했더니 이마와 등에는 땀이 흘렀다. 엄마의 등쪽에 땀이 흥건히 고였다. 나는 엄마의 얼굴과 등을 쳐다보며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 갔다.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면서 깨끗하게 청소를 했다. 한참을 하고 났더니 힘이 쭉 빠졌다. 그래도 깨끗해진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확인서를 받았다. 봉사활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처음 장소에 도착해 혼자 하면 두려움을 없애 주고 함께해 주신 엄마에 대한 감사함과 봉사활동의 기회를 준 상수도 사업본부 직원 분들이 고마웠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엄마는

“지민아, 오늘 봉사활동 하면서 어땠니?” “엄마, 힘은 들어도 엄마와 함께 해서 조금 덜 부끄러웠고 든든했어요. 그 리고 죄송합니다.”

“뭐가?” “엄마는 우리 지민이가 건강하고 올바르게 잘 자랐으면 한단다.”

하시며 웃으셨다.

처음에는 숙제를 위한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는데 하면서 힘들어도 나도 누군가를 위해 뭔가 했다는 기쁨을 느꼈다. 더구나 혼자 하지 않고 엄마와 하면서 미안했다. 하지만 함께 할 수 있다는 든든함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더구나 평소에 엄마에게 내가 필요한 것 사 주지 않으면 ‘짠순이 엄마’라는 별명도 지어 불렀던 것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조금만 힘든 일이 있어도 투덜거리며 짜증도 많이 냈었다. 이런 점에 대한 반성의 기회도 되었다.

엄마와 함께 봉사활동을 마치고 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비록 숙제를 위한 봉사활동으로 출발했지만 땀 흘리며 한 봉사활동에

대한 고마움과 기쁨을 느꼈다. 이런 기회를 준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나도 누군가를 위해 해 줄 수 있다는 기쁨을

배웠다.

앞으로는 엄마에게 ‘짠순이 엄마’란 별명을 부르지 않겠다. 그리고 힘들어도 투정을 부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다른 친구들도 서류로만 봉사활동을 할 것이 아니고, 숙제를 위한 봉사활동을 할 것이 아니라 힘들더라도 직접 체험을 통한 봉사활동의 기쁨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나의 조그마한 행동으로 인한 기쁨을 느껴보는 좋은 기회였다.

다음에는 스스로 봉사활동을 해 보며 더 봉사활동의 보람과 기쁨을 맛봐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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