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자료-곽영석 지음 도천 최평열사진]불교동화-사리단지에 담긴 연꽃씨앗
사리단지에 담긴 연꽃씨앗
<!--[if !supportEmptyParas]--> <!--[endif]--> 곽영석 지음
삼국통일을 이룩한 신라는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많은 백성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전쟁터 여기저기에 절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을 잃고 삶의 의욕조차 잃은 사람들을 위해 나라에서 팔관 연회를 열어 임금님도 절에 나와 계를 받고 마음의 맹세를 했습니다.
‘산목숨을 죽이지 않겠습니다.’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겠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때 아닌 때 식사를 하지 않겠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화려한 옷과 보석으로 몸을 치장하지 않겠습니다.’
‘높은 평상에 눕지 않겠습니다.’
‘삿된 음행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이 팔관 연회는 축제를 겸해 여러 날 계속되었습니다. 이 연회 때 남편과 자식을 전쟁터에서 잃은 여인들은 절에 나가 남편과 자식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그리고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마음의 평안을 얻었습니다.
팔관회를 열면서 백성들은 눈물을 지우고 희망을 가지고 살게 되었습니다.
‘나고 죽는 것은 하늘의 뜻이야. 부처님이 인도하시는 서방정토에 태어나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착한 일을 하며 살아야지.’
불교는 점차 전쟁에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신앙으로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마침 원효대사가 소성거사를 자처하며 초상이 난 집에 거지들과 찾아와 ‘나무아미타불’을 외치며 염불하는 이야기가 널리 전해진 탓에 백성들은 코흘리개 어린아이들마저 이 염송을 모르는 아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분황사에서 칠월백중 행사가 열리던 날입니다. 무불스님은 아침부터 연못청소에 땀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밤 신도들이 연등을 띄운 연못에 타다만 종이꽃과 수반이 어지럽게 빠져있었기 때문입니다.
“스님, 연못에서 나오셔요. 스님이 이렇게 험한 일을 하시다니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절에 오던 불자들은 바지를 걷으며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아, 들어오지 마세요. 나야 이미 옷을 더럽혀져 있으니 부처님을 뵈러 오시는 분들은 어서 대웅전에 가서 부처님을 뵈어야지요.”
무불스님은 싱긋 웃으며 연못의 쓰레기를 주워냈습니다. 스님은 종이수반 뿐만 아니라 아예 연못바닥을 청소하듯이 온갖 쓰레기를 주워내셨습니다. 무불스님은 그러다 문득 호리병 같은 작은 돌멩이를 주웠습니다.
‘이게 뭐지?’
흙탕물속에 씻어보니 놀랍게도 작은 사리단지였습니다.
‘사리단지가 아니야? 그럼 사리단지는?’
백제와의 전투가 시작될 때 갑자기 대웅전에 불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마침 큰스님의 사리 친견법회가 있던 날이라 모두 달려 나가 불을 껐지만, 대웅전 부처님 앞에 모시고 있던 대안대사의 사리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사리단지가 지금 무불스님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었습니다.
“대안대사님!”
어미 잃은 너구리 새끼들을 안고 젖동냥을 하러 다니시던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스님, 어쩌다 연못물에 잠겨 계셨습니까?”
무불스님은 사리단지를 깨끗한 물에 씻어 베수건에 모셨습니다.
‘이놈아 무불아, 내 불이 무서워서 도망을 쳤다. 하하하, 더운 날에 목욕도 못하느냐? 대안, 대안 하하하’
큰스님의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환청이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무불스님은 산중 회의를 열어 사리단지를 찾은 일을 보고하고 대안대사의 사리단지를 대웅전 명부전 앞에 모시고 경을 외웠습니다. 스님의 사리단지 이야기를 들은 서라벌 사람들은 구름처럼 분황사 앞마당을 메웠습니다.
“정말 대안대사님 사리가 맞아요?”
“연못 속에 잠겨있는 것을 무불스님이 찾아내셨대.”
서라벌 사람들은 대안대사님의 사리를 친견하며 우란분절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만나는 어린아이나 어른들에게 똑같이 대해주시던 대안대사, 숲속의 작은 굴속에서 지내기도 하고 무덤 옆에서 밤을 지내기도 해서 언제나 옷차림은 초라했지만, 눈빛은 밝게 빛나시던 스님이었습니다.
그 스님의 상좌인 무불스님이 우연하게도 연못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스승의 사리단지라 분황사에서는 당간지주에 괘불을 내걸고 야단법석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법화가 끝나갈 무렵 사리단지가 옆으로 넘어져 단지 안에 있던 검은 물체가 또르르 굴러 나왔습니다.
“아니, 저게 뭐지?”
“이게 뭐야? 연꽃 씨가 아니야?”
그 소리에 경을 읽던 스님들은 일어나 우르르 사리단지를 놓은 연화대로 몰려들었습니다.
“맞아, 연꽃 씨다!”
“사리단지에 누가 스님의 사리를 빼내고 연꽃 씨를 넣은 것이다!”
사람들은 무불스님을 가리키며 마치 때리기라도 할 것처럼 성난 얼굴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때 무불스님이 앞으로 나서 대중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진정 하십시오. 사리단지에 사리가 있든, 연꽃 씨가 있든, 우리는 대안대사님의 사리단지를 찾았다는 기쁨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대사님께서 열반하실 때는 하늘에 오색무지개가 걸리고 새떼들이 모여와 지저귀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이한 행적을 우리가 기억한다면 사리단지의 연꽃 씨가 사리로 보일 수도 있고 연꽃 씨로 보일 수도 있는 게 아닙니까?”
그제야 서라벌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합장하고 절을 했습니다.
무불스님은 연못의 흙을 퍼서 작은 항아리에 담고 사리단지에서 나온 연꽃 씨를 묻었습니다. 그 연꽃 씨는 얼마 뒤 예쁜 백련과 홍련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그 이듬해에는 여덟 송이를 피우더니 그 다음해에는 열 세 송이를 피우고 5년 째 되는 해에는 연근을 나눠 절마다 연꽃을 심고 가꿨습니다.
스님들이나 서라벌 사람들은 유월이면 연못 가득히 피어난 백련과 홍련을 보며 부처님의 경문을 외웠습니다. 물총새로 몸을 바꿔 태어난 대안대사님이 분황사 탑사위에 앉아 ‘허허허’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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