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마중 가던 날 / 김미옥
    긴 잠에서 깨어나 
    문턱에 걸터앉은 
    대지의 늘어진 하품에
    부산하게 봄 마중을 나간다 
    양지바른 담장 아래
    이름표 없이 
    고개 내민 여린 새순 하나
    숨죽인 듯 서 있다
    이파리 사이로 쑤욱 올라온 대궁
    가만가만 걸어가
    성근 가슴에 부는 바람 다독이듯
    조심스레 어루만지다 
    생체기를 내고 말았다
    한발 앞서 성급하게 달려왔음을 
    후회라도 하듯
    부르르 온몸을 떠는
    꽃 대궁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내 가슴에 달라붙은 상흔처럼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하고 꺾어진
    가여운 새싹의 지청구를
    아나스러운 마음으로 꼬옥 보듬는다
    이른 봄 마중을 가던 날에
    *아나스러운: 미안하다의 함경도 방언
     
    

출처 : 어린왕자의 들꽃사랑마을
글쓴이 : 은하별 원글보기
메모 : 전나무.겨유살이나무.덕유산/이른 봄 마중 가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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