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책-이슬기 /창립회원]5월 그 아름다운 그림속에

 수필산책                 

                   5월, 그 아름다운 그림 속에

 

 

                                                             이슬기/창립회원

산에 올랐다.

눈앞에 시퍼런 숲이 질펀하게 펼쳐져 있다. 밝은 햇살에 알몸으로 노출된 5월의 숲은 초록빛 하나로도 눈이 부시다.

우리 조상들은 먹물 하나로도 온 세계를 그렸다. 먹물의 진하고 흐린 정도로 꽃도 그리고, 바위도 그리고, 강도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그려냈다. 지금 숲이 그렇다. 초록빛 하나로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흰 꽃도 있고, 누런 바위도 있지만 웬만한 것은 모두가 초록빛으로 빨려 들고 초록빛으로 동화된다.

지금 걸어가고 있는 이곳은 지금 아까시 나무가 꽃향기를 항아리 째로 쏟아 붓고 있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나는 아까시 나무가 꽃을 피워낼 것이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집 뜰에 가득 피었던 하얀 철쭉꽃이 너무나 참담한 모습으로 망가져 있어서였다.

그건 꽃 탓이 아니었다. 여름 한 더위를 무색하게 하는 날씨 때문이었다.

꽃이 진 것이 아니라 무더위 햇살에 속절없이 녹아내렸다.

며칠 전만 해도 초록빛 나무 잎 새 위에 하얀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린 것 같아서 아름다웠는데 불과 2, 3일 사이에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계절이라는 것이 알게 모르게 찾아와 우리 곁에 머물다가 또 그렇게 슬그머니 사라지는 것이어야 하는데, 올해에는 성큼 건너 뛰어버린 느낌이다.

자연도 인간을 닮아 급해지는 것이었을까.

하기야 말해 뭘 하겠는가? 자연을 그렇게 성급한 이변이 일어나도록 만든 게 우리 인간들인 걸.

이런 와중에 하얀 꽃송이를 꽃등처럼 조롱조롱 내 건 아까시 나무는 고맙고 황송하다.

내 어린 시절 이 무렵에는 온 산이 전부가 아까시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꽃이 피었다. 꽃이 필 때면 흡사 배경음악이라도 깔듯이 뻐꾸기가 울었고, 마을은 꿀 향기로 덮였다.

고향의 아까시 꽃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꽃이 피는가 싶으면 어느 새 나무 아래에는 꽃송이들이 눈처럼 쌓였다.

김영랑 시인은 모란꽃이 지는 것을 아쉽다고 했지만, 우리는 아까시 꽃이 지면 그해 봄이 다 가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5월의 산은 초록빛 하나로 멋진 예술작품을 연출해 낸다.

초록색 폭포도 만들고, 초록색 분수도 만든다.

초록색 파도도 만들고, 초록색 구름도 만들어 낸다.

어떻게 보면 초록색 별무리가 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초록색 안개가 되기도 한다.

초록색 멋진 교향악을 연주하다가, 초록색 멋진 무용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몸도 마음도 모두 초록색으로 동화가 될 무렵 산을 내려오면서 나는 아예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초록빛 물결을 눈앞에 두고, 한 그루 소나무에 등을 맡긴 채 갖고 간 책을 꺼내 펼친다.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활자를 훑어 내려가는 일은 거의 신선놀음에 가깝다.

이럴 때에는 나만 책을 읽는 게 아니다.

이따금 나뭇잎에 앉아 미끄럼을 타던 바람도 살그머니 내려앉아 글자의 이랑을 누비면서 고시랑고시랑 말을 건다.

까르르, 때앗!

까치 세 마리가 날개를 파드득거리며 내 곁을 맴돈다.

셋은 항상 어정쩡한 집단이다.

아이들의 생활 모습을 가만히 보면 둘 있을 때는 사이좋게 지내는데, 하나만 더 끼어들면 둘이 한 패가 되고 나머지 하나는 따돌림을 당한다.

까치도 그런 것 같다.

한 마리가 집단에 쫓겨났다가 다가가고, 잠시 후면 다른 까치가 집단에서 쫓겨나곤 한다.

까르르, 때앗! 까까, 까르르. 나는 까치의 울음소리를 깟깟깟 하나로 배웠다. 책에서도 그렇게 나와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 보니 그게 아니다. 우리 사람들 목소리도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사랑할 때 다르고, 싸울 때 다르고, 쫓겨나면서 질러대는 소리를 깟깟 하나로 나타낸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그들이 사랑싸움을 하든지, 내가 읽는 책이 궁금해서 흘끔거리든지 아무튼 검푸른 빛깔의 꽁지가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산 아래에서 출발한 스피커 소리도 용케 숲을 파고든다.

라이브 음악회라도 하는 모양이다.

그 소리들도 내가 읽는 책 글자 사이로 사푼사푼 내려앉는다.

잠시 책에서 눈을 들고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본다.

내 어린 시절.

스피커 소리는 언제나 우리들의 가슴을 흔들어놓곤 했었다.

문명의 혜택이라고는 전혀 받아 볼 수 없는 그 벽촌에 울려 퍼지는 스피커 소리는 대개 약장수들의 사람 끌어 모으기 위한 광고수단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많은 사람들 끌어 모아 약을 팔기 위한 수단이었겠지만, 그 스피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가 보면, 그들은 이웃 마을 넓은 공터에 자리를 잡고 농촌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마술이나, 국악 공연, 조금 더 규모가 큰 단체에서는 연극도 보여주었다.

지금도 그 소리 주변에는 어린 시절 나처럼 온 가슴을 떨면서 손뼉을 치고 있을까.

주변에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아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에는 나처럼 책을 갖고 나와 펼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아예 벌렁 드러누워 거대한 지구 덩어리를 등에 짊어진 사람도 있다.

솔잎을 긁어모아 자리를 푹신하게 만들고 나도 그 자리에 누워본다.

내 등을 맡겼던 소나무가 통째 눈에 들어온다.

일렁거리는 바람에 따라 햇살이 쏟아놓는 방향이 이리 저리 뒤바뀐다.

5월초에는 항상 솔꽃이 아름답다.

뾰족한 바늘 잎사귀 무더기에 노란 점을 꼭꼭 찍어 놓은 같아서 황홀하기까지 하다.

톡 건드리면 샛노란 가루가 폴폴 날릴 것이다.

5월.

세상은 어디를 보나 모두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 그림 속 한 모퉁이에 나도 있다.

그래서 행복하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명시된 각종위원회 심의위원 구성에 관하여-이달 30일까지 구성예정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명시된 각종위원회 심의위원 구성에 관하여

민선 제5기 지방자치 시행과 함께 광역시를 비롯하여 223개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해당 지방정부에서는 신임 군수(구청장)와 시장의 업무개시와 함께

이달 중에 업무처리를 위한 심의위원을 30일까지 구성하게 됩니다

 

예로 들면, 건축심의위원회와 보육위원회, 도서관운영위원회, 도시관리운영위원회

국유재산 매각 심의위원회, 자치신문발행운영위원회

문화원 운영위원등 25-34개의 직할 운영위원회의 심의위원을 교체할 예정으로, 새로 선출된

지방의원과 광역시의원을 포함한 인사를 추천심사중에 있습니다.

 

신임 의장단을 통해 지역인사를 추천할 수 있으므로 인연이 있는 임원들께서는 지방자치 행정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심의원으로 적극참여하시기 바랍니다

도서관운영위원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은 회원들의 저서가 자치 예산으로 매입 소장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4년도 7월 24일

                        한국불교청소년문화진흥원 사무총장 백운 곽영석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