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법회자료-인성교육동시:김종상 부이사장]스님과 선재동자

//

 

<인성교육 동시>

 

 

 

스님과 선재동자

 

 

 

佛心 김종상(金鍾祥)

 

  제 1장 생명존중(목숨을 귀중하게) : 황소도 하루살이도 생명의 무게는 똑 같아요

  제 2장 물자절약(물건을 가치있게) : 작은 물건도 아껴 쓰고 바꿔 쓰고 살려 써요

  제 3장 자연보호(자연을 아름답게) :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모두 다 자연이 주지요

  제 4장 경로효친(어른을 편안하게) : 부모와 노인네는 정성을 다해 받들어 모셔요

  제 5장 관용정신(마음을 너그럽게) : 이웃들을 생각하는 것이 나를 돕는 일이어요

  제 6장 자기완성(자신을 소중하게) : 내 자신을 닦는 일이 모두를 위하는 일이어요

 

 

*제 1장 생명존중 편*

 

1.보살통의 빈대

요사채에는 보살통이라는 대나무통이 있습니다.

스님은 빈대나 이를 잡으면 거기에 넣어요.

“스님, 그건 기생충인데 죽여야지요.”

“목숨은 다 같다. 함부로 죽여선 안 된다.”

스님은 바지 끝을 버선목 속으로 넣어요.

몸에서 떨어진 비듬을 버선목에 모아

보살통의 빈대와 이에게 먹이로 주었어요.

불살생의 계율을 그렇게 지켰습니다.

※菩薩桶 : 불살생의 계율을 지켜 나쁜 벌레를 기르는 통

 

2.거미줄의 풀씨

선방 추녀 끝 거미줄에 풀씨가 걸렸어요.

스님이 풀씨를 떼내고 있었습니다.

“스님! 거미줄을 없애면 되잖아요?”

“거미줄을 없애면 거미는 어떻게 되겠니?”

“그럼 풀씨는 왜 떼 내셔요?”

“길을 잘못 든 씨앗들이야. 싹틔울 곳으로 가야지.”

스님은 씨앗을 떼어 바람에 날려 보냈습니다.

 

3.다람쥐 먹이

오늘도 담장 위에서 삼장법사라는 다람쥐가

두 손으로 무엇을 움켜잡고 먹고 있어요.

“스님, 삼장법사가 먹는 게 무엇입니까?”

“땅콩 과자를 주었더니 잘 먹는구나.”

다람쥐는 스님에게 먹이를 얻으러 옵니다.

다람쥐만이 아니어요. 스님은 산짐승 모두를 사랑해요.

사슴도 멧돼지도 먹이가 없으면 찾아와요.

그들은 스님이 사랑하는 친구들입니다.

 

4.엉성한 짚신

햇살이 어머니 손길처럼 따스했습니다.

스님이 산밭에 작두콩을 심으러 가재요.

“선재야, 바닥이 엉성한 짚신을 내놓아라.”

“산밭에 가시려면 고무신이 더 좋을 텐데요.”

“거기에는 개미나 굼벵이들이 살고 있다.”

“그러니까 고무신을 신어야지요.”

“그들이 딱딱한 신발에 밟히면 어찌되겠니?”

선재는 밑바닥이 폭신한 짚신을 내왔어요.

 

5.솜다리 뿌리

선재는 스님과 작두콩을 심으러 갔어요.

산밭으로 가는 길가에 솜다리가 있었어요.

“쯧쯧, 누가 이렇게 파헤쳐 놓았지.”

솜다리 뿌리가 드러나 있었습니다.

“들쥐가 먹이 찾느라고 그랬나 봐요.”

“제가 살려고 남을 이렇게 해치다니.”

스님은 솜다리 뿌리를 묻어주었습니다.

※솜다리 : 에델바이스의 우리 이름

 

6.콩나물 대가리

절 식사는 콩나물국이 나올 때가 많아요.

선재는 콩나물 대가리는 먹기 싫었습니다.

어려서 들은 소금장수 이야기 때문이어요.

엉덩이에 낀 콩나물 대가리가 빼각거리는 소리에

소금장수는 귀신이 몸에 붙었다고 죽으려 했대요.

“대가리는 떼내고 국을 끓이면 안 돼요?”

“목을 자르다니 그건 잔인한 일이야.”

스님은 콩나물도 목을 못 자르게 했습니다.

 

7.도깨비바늘

선재는 스님과 작두콩을 따러갔습니다.

오솔길에 도깨비바늘들이

선재의 바지가랑이에 매달렸어요.

“스님, 이것 봐요. 도깨비바늘이어요.”

선재는 부랴부랴 그것을 떼냈습니다.

“그냥 두어라. 다른 곳으로 가려고 그런다.”

“싫어요. 이걸 어떻게 달고 다녀요?”

스님은 씨앗을 더 멀리 보내려고 애쓰는

도깨비바늘의 마음을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8.목숨의 무게

하루살이떼가 얼굴에 달려들었습니다.

선재는 웃옷을 벗어 마구 휘둘렀어요.

“선재야, 하루살이가 다 죽겠다.”

“사람을 괴롭히니 죽여야 되잖아요?”

“그들이나 너나 목숨의 무게는 같으니라.”

“하루살이가 무슨 무게가 있어요?”

스님은 부처님 자비의 저울로 재면

목숨의 무게는 모두가 같다고 했습니다.

 

9.지렁이의 눈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선재는 세수를 하려고 물을 데웠어요.

“뜨거운 물은 함부로 버리지 않도록 해라.”

그냥 버리면 지렁이 눈이 먼다고 했어요

“지렁이가 눈이 어디 있어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스님을 쳐다보았어요.

“수채에 물벌레들이 델까 봐 그러시는 거야.”

밥짓는 아주머니가 조용히 일러주었습니다.

 

10.불쌍한 별주부

선재는 스님을 따라 시장 구경을 갔습니다.

커다란 함지에 자라를 담아 놓고 팔고 있었어요.

자라는 목을 늘리고 함지턱에 매달려있어요.

선재를 보며 살려달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스님, 자라가 불쌍해요. 우리가 사서 방생해요.”

“그래야지. 별주부님이 죽어서야 되겠니?”

스님은 함지에 있는 자라를 몽땅 샀어요.

선재는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습니다.

※鼈主簿 : 토끼전에 나오는 자라

 

 

*제 2장 물자절약 편*

 

1. 약수터의 표주박

약수터에는 물먹는 표주박을 두었는데

선재가 떨어뜨려서 깨졌습니다.

“저런 조심하지 않고.”

스님은 솔뿌리를 가져왔어요.

깨진 표주박을 솔뿌리로 꿰맸습니다.

“물을 먹여주는 그릇인데 소중히 써야지.”

스님은 깨진 표주박도 꿰매 썼습니다.

※바루(바릿대) : 절에서 쓰는 나무그릇

 

2. 내버린 짚신

탁발을 가셨던 스님이 짚신을 주워왔습니다.

“신을 수도 없는 짚신은 왜 갖고 오셨어요?”

“신을 수 없으면 다른 곳에 써야지.”

스님은 짚신을 풀어 짚북데기를 만들었어요.

“이것을 토깽이에게 갖다 주어라.”

토깽이란 덫에 걸려 한 다리를 잃은 산토끼입니다.

죽어가는 것을 구해서 스님이 기르고 있어요.

짚북데기를 넣어주니 산토끼가 좋아했습니다.

 

3. 팽나무의 물

천왕문 안 마당에 큰 팽나무가 있습니다.

스님은 그 밑에 물독을 갖다 놓았어요.

“올해는 비가 적게 온다니, 대비를 해야지.”

스님은 팽나무 둥치를 짚으로 싸고

짚 끝을 땋아서 물독으로 넣었어요.

비가 오니 팽나무 둥치로 흐르는 물이

짚을 타고 독으로 모아졌어요.

스님은 그 물로 세수도 하고 빨래도 했습니다.

※팽나무 : 느릅나무의 한 종류

 

4. 사경은 묵판에

스님이 선재에게 사경을 하라고 했습니다.

사경은 불경을 베껴 쓰는 것이어요.

“스님 사경할 종이는 어디 있어요?”

“붓과 물만 있으면 된다. 여기에 써라.”

스님은 묵판에 맹물로 글씨를 쓰라고 했어요.

묵판은 먹칠을 한 매끈한 판자입니다.

붓에 물을 묻혀 써도 마르면 글씨가 지워져서

얼마든지 연습을 되풀이할 수 있었습니다.

※寫經 : 경전을 베껴 쓰는 일.

※墨板 : 까만 먹칠을 한 판자.

 

5. 팽이와 콩조각

선재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스님은 학용품을 헤프게 쓸까봐 걱정했어요.

“지우개는 콩조각, 연필은 팽이가 될 때까지 써라.”

학교 받아쓰기는 사경보다 쉽고 재미있었습니다.

선재는 스님의 말씀대로 학용품을 아껴 썼어요.

연필은 팽이 모양이 될 때까지 썼어요.

지우개는 콩조각만큼 닳을 때까지 버리지 않았어요.

다 쓴 것은 유리병에 모았습니다.

 

6. 버려진 무청

관음암 골짜기에는 무밭이 많아요.

“선재야, 빨리 가자니까 뭘 해?”

“예, 지금 가요.”

선재는 스님을 따라 무밭으로 갔습니다.

고랭지 채소인 무는 벌써 추수가 끝났어요.

선재는 스님과 함께 떨어진 무잎을 주워왔어요.

댕댕이덩굴로 엮어 요사채 벽에 걸어 말려요.

말린 무잎은 시레기국으로도 먹고,

된장에 무쳐 반찬으로도 했어요.

 

7. 바루 공양

스님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바루라는 나무그릇에 밥과 국을 받았어요.

김치와 나물무침도 먹을 만큼만 가져다가

쌀알 한 톨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

빈 바루는 물로 깨끗이 가시었어요.

그릇을 가신 물도 모두 마시고

남은 물기는 행주로 닦았습니다.

절 식사 뒤에는 개숫물이 필요 없었어요.

 

8. 팽이채마저

선재는 팽이를 치다가 얼음구멍에 빠뜨렸어요.

얼음이 두꺼워 팽이를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에이, 안 되겠다.”

선재는 팽이채마저 얼음구멍에 집어넣었어요.

“얘, 팽이채는 왜 버리니?”

“얼음이 녹아서 누군가가 팽이를 찾으면

팽이채가 있어야 칠 것 아니냐?”

선재의 말에 아이들은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9. 스님의 옷색깔

스님이 선재에게 승복을 입으라고 했습니다.

“희색옷은 싫어요. 꼭 재투성이 같아요.”

“그건 희색이 아니라 무색이니라.”

그림물감을 다 한데 섞으면 이런 색이 되잖니?

승복은 그런 색이 다 들어있어 색이 없는 것이랍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있고 없음이 같고.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승복이라고 했습니다.

※色卽是空 空卽是色 : 반야심경의 한 구절.

 

10. 장삼의 모습

탁발 가셨던 스님이 색헝겊을 내놓으셨어요.

“쓰레기장에 버려진 것을 주어왔지.”

스님은 그것으로 장삼의 떨어진 곳을 기웠어요.

“스님, 색헝겊으로 기우면 흉하잖아요?”

“천지자연은 알록달록해서 아름다운 것이니라.”

세상은 본디 산과 강과 들판과 마을로

짜깁기해놓은 장삼과 같은 것이라고 하셔요.

“봐라, 장삼이 그림지도와도 같지 않니?”

스님은 웃으시며 기운 장삼을 들어보였어요.

※托鉢 : 스님이 먹을 것을 구하는 일

※長衫 : 길이가 길고 소매가 넓은 스님의 옷

 

*제 3장 연보호 편*

 

1. 꽃들의 생각

스님은 대웅전 앞에 여러 가지 꽃을 가꾸십니다.

“꽃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이 표정들을 보아라.”

꽃들은 화려한 것도 있고, 소박한 것도 있고

한번에 와짝 피는 것, 오래도록 피는 것도 있어

저마다 각각 표정과 모습이 달랐습니다.

“꽃도 미워하면 미움으로 돌아서고

사랑을 주면 사랑으로 다가오는 법이지.”

스님은 그것이 세상 이치라고 하셨습니다.

 

2. 나무젓가락

선재는 스님을 따라 약초를 캐러 갔어요.

점심때가 되어 밥보자기를 풀었어요.

깜박 잊고 수저를 갖고 오지 않았습니다.

“스님, 제가 나무젓가락을 만들겠어요.”

선재는 싸리나무를 꺾으려 했습니다.

“아니다. 저기 가서 억새 줄기를 꺾어라.”

“억새 줄기는 너무 약하잖아요?”

“싸리나무는 목숨이 살아있지 않느냐?”

선재는 마른 억새를 꺾어 젓가락으로 했습니다.

 

3. 바위들 이름

“선녀가 곱게 치장한 걸 보니 날씨가 맑겠구나.”

앞산의 바위를 쳐다보며 스님이 중얼거렸습니다.

관음암 둘레에 있는 바위들은 모두 이름이 있어요.

용바위, 범바위, 지네바위, 사자바위를 비롯해서,

장수바위, 투구바위, 가마바위, 칼바위도 있어요.

모두 스님이 모양을 따서 붙인 이름입니다.

“모든 것은 이름이 있어야 관심을 갖게 되는 법이지.”

스님은 개바위 밑 다람쥐도 삼장법사라고 불러요.

다람쥐는 스님만 보면 합장을 한답니다.

 

4. 거북바위 상처

산에서 돌이 굴러 거북바위에 떨어졌습니다.

파란 이끼로 덮인 거북이의 옆구리가 깨졌어요.

“어허! 거북이가 속살이 드러나도록 다쳤구나.”

스님은 깨진 곳에 밀가루 반죽을 발랐습니다.

“스님, 왜 그렇게 해요?”

“거북이가 얼마나 아프겠니? 치료해줘야지.”

몇 달이 지나니 깨진 곳에 이끼가 자라났어요.

스님이 반죽에 이끼 포자를 섞었던 것이었습니다.

 

5. 곰바위 골짜기

날씨가 더워 선재는 곰바위 골짜기로 내려갔어요.

옷을 벗고 곰바위 밑 웅덩이에 들어갔습니다.

“선재야. 어디에서 멱을 감느냐?”

스님이 자작나무 옆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날씨가 너무 더워서요.”

“물을 그렇게 더럽히면 안 된다.

산 아래 사람들도 그 물을 쓰고 있잖니?”

스님은 통으로 물을 떠서 몸을 씻고

더러워진 물은 풀밭에 버리라고 했습니다.

 

6. 감나무의 까치밥

“선재야. 오늘은 감을 따야겠구나.”

선재는 장대를 메고 감나무로 갔어요.

장대 끝에 감꼭지를 걸고 돌리면

감이 장대에 달린 주머니로 떨어져요.

“선재야, 까치밥은 남겨두어라.”

“까치밥을 남겨요?”

“그래 겨울새들도 먹고 살아야지.”

잘 익은 감 몇 개는 남겨두었습니다.

※까치밥 : 겨울새의 먹이로 나무에 남겨두는 과일

 

7. 산신각 기왓장

스님이 망치로 기왓장을 부수고 있었습니다.

산신각 지붕을 고치고 버려진 것이었어요.

“선재야, 구경만 하지 말고 이것을 갖다 버려라.”

“그냥 버리면 쉬울 텐데, 왜 그렇게 부수어요?”

“그냥 버리면 쓰레기인데, 부수면 흙이 되지.”

스님은 기왓장을 가루가 되도록 부수었어요.

선재는 그것을 삼태기에 담아 너덜겅에 버렸습니다.

※山神閣 : 절에서 산신을 모신 집

 

8. 선재의 걱정

선재는 학교길에서 발길로 돌멩이를 찼습니다.

돌멩이는 멀리 풀밭으로 날아갔어요.

“슛-, 꼴인! 난 축구 선수가 될 거야.”

학교에 와서 생각하니 걱정이었습니다.

‘메뚜기가 맞아서 배가 터졌을 지도 몰라.’

‘꽃이 돌에 맞아 목이 불어졌을 수도 있어.’

자꾸 걱정이 되어 공부가 되지 않았습니다.

 

9. 땅덩이의 체온

스님의 설법 날이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요.

“땅덩이가 앓고 있습니다. 체온이 오르고 있어요.”

사람들이 지구를 병들게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만드는 병균입니다.

물‧흙‧공기를 우리가 더럽히기 때문이어요.”

땅은 모든 생명을 낳고 기르는 어머니라

우리가 살자면 땅을 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에 모두가 부끄러워했습니다.

 

10.세상은 한 몸

스님이 산과 하늘을 보며 말씀하셨습니다.

“먼 옛날에 반고라는 큰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죽은 몸이 이 세상을 만들었단다.”.

살은 흙, 뼈는 광석, 머리칼은 숲이 되고

피는 지하수로, 땀구멍은 샘으로 변했답니다.

숨결은 폭풍이고, 소리는 천둥이며,

몸에 붙어살던 벌레들은 짐승으로 되었답니다.

“세상은 그래서 결국 한 몸인 것이니라.”

스님은 자연이 곧 내 몸이라고 하셨습니다.

 

*제 4장 경로효친 편*

 

1. 효맥골

관음암 가까운 곳에 효맥골이란 골짜기가 있어요.

“먼 옛날 맥이라는 짐승이 거기 살았지.”

스님은 효성이 지극했던 맥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맥은 늙은 어미를 위해 매일 약초를 구하러 다녔답니다.

“그러다가 벼랑 끝에서 산삼을 캐다가 떨어져 죽었단다.”

“그럼 늙은 어미 맥도 죽었겠네요?”

“꿈에 어린 맥이 캐온 산삼을 먹고 일어났단다.”

그 때부터 효성스런 맥을 기려 효맥골이라 한답니다.

※貊 : 네 발 가진 동물의 한 종류

 

2. 안부편지

스님이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홀어머니가 죽어서 갈 곳이 없는 아이다.”

스님은 선재에게 정답게 지내라고 했어요.

아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무엇을 썼어요.

“너는 일기를 참 열심히 쓰는구나.”

“일기가 아니야.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거야.”

아이는 죽은 엄마가 자기를 걱정할까 봐

매일 어머니께 안부편지를 쓴다고 했습니다.

 

3. 얼굴 사진

해우소 댕댕이바구니에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스님, 바구니에 사진은 무엇입니까?”

“뒤닦기 종이에서 오려낸 사진이니라.”

사진도 얼굴인데 어찌 뒤를 닦느냐고 했어요.

“그것을 깨끗한 곳에서 소지하여라.”

선재는 사진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어요.

일주문 밖 바위 밑에서 불태워 날렸습니다.

 

4. 할아버지

산에 놀러온 한 가족이 식사를 하러 절에 왔어요.

음식을 받아 놓고도 수저를 들지 않았습니다.

“어서 드십시오. 음식이 식습니다.”

밥짓는 아주머니가 권하자 아이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할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와서 수저를 드시자

그제야 모두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5. 송이요리

스님은 어디 가고 선재 혼자 밥상을 받았어요.

밥상에는 귀한 송이요리가 있었습니다.

“야, 송이구나. 어디에서 났어요?”

“누가 스님께 선물한 것인데 너도 먹어 봐라.”

“스님께 선물 한 것을 제가 어떻게 먹어요?”

선재는 송이요리를 먹지 않고 두었습니다.

나중에 식사를 하신 스님도 선재를 생각했어요.

서로 미루어서 송이요리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6. 두 효녀

스님이 지은이와 심청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은이는 신라 서라벌에 살았는데

눈 먼 어머니를 위해 부잣집에 팔려갔지만

화랑 효종랑이 도와주서 행복하게 살았대요.

심청이는 황주 도화동에 살았는데

눈 먼 아버지를 위해 선인들게 팔려갔지만

용왕이 구해줘서 왕비가 되었대요.

스님의 이야기는 슬펐다가 기뻤어요.

그래서 세상일은 고진감래라 한답니다.

※苦盡甘來 : 고생 끝에 기쁨이 온다.

 

7. 빨랫줄

요사 뒷켠에 빨랫줄이 있습니다.

선재와 스님의 옷이 걸려있습니다.

선재가 스님을 따라 어디를 가듯

바람에 옷자락이 펄럭이고 있습니다.

댓돌 위에 놓여있는 스님 신발 곁에

선재의 신발도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밤이 되어 스님이 잠이 들면은

꿈속에서도 선재는 스님따라 다니나 봐요

 

8. 손자와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는 왜 이가 없어요?”

“귀여운 우리 손자에게 주었지.”

손자는 새로 난 제 이를 만져 보았어요.

“할머니는 왜 다리에 힘이 없다고 해요?”

“우리 손자 잘 뛰놀게 힘을 빼주었지.”

손자는 머리를 갸웃거렸습니다.

손자가 어렸을 때부터 자기의 모든 것을

손자에게 다 주고 가겠다고 하시던

할머니의 마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9. 모두의 부모

스님이 왠 할아버지를 데리고 왔습니다.

혼자 사는데 앓아누웠기에 모시고 왔다고 했어요.

“노인네는 우리 모두의 부모로 생각해야 하느니라.”

스님은 약초를 구하러 산으로 갔어요.

선재는 노인을 정성껏 간호했어요.

“나 때문에 네가 고생이구나.”

노인은 스님이 주신 약을 드시고 일어나셨습니다.

 

10. 어머니의 매

한(漢) 나라 때 한백유(韓佰愈)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어머니는 매질을 해가며 백유를 엄하게 가르쳤습니다.

하루는 백유가 매를 맞으며 서럽게 울었어요.

어머니가 이상해서 물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안 그러더니, 오늘은 왜 우느냐?”

“전에는 매가 아팠는데 오늘은 아프지 않으니

어머니가 쇠약해지신 것 같아서 웁니다.”

백유는 어머니 기력이 약해진 것을 슬퍼했습니다.

 

 

*제 5장 관용정신 편*

 

1. 알밤머리

선재가 학교에서 울상이 되 돌아왔어요.

“내짝이 까까중이라고 놀렸어요.”

“까까중이란 말이 맞는데 뭘 그래?”

“땡글땡글 알밤머리라고도 했단 말이어요.”

“그래서 밉단 말이지? 그 애가 좋을 때는 없었니?”

“있었어요. 철이와 싸울 때는 내 편을 들었어요.”

“그렇다면 네 편이 돼준 그 때의 고마움으로

너를 놀린 미움을 지워버리면 되겠구나.”

스님은 선재를 보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10. 선재의 짝

선재가 학교 짝동무가 싫다고 했어요.

“스님, 내짝은 입 냄새가 나서 싫어요.”

“그래? 이제 선재는 양치질 잘 하겠구나.”

“그 애는 크레파스도 잊고 왔단 말이예요.”

“잘 됐구나 선재는 이제 그런 일 없겠네.”

“공부시간에도 자꾸 방해를 하는걸요.”

스님은 그러는 선재를 조용히 타일렀어요.

“세상에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느니라.

썩은 물도 화재 때는 소중하게 쓰이고,

그늘이 짙으면 양지는 더 밝은 법이니라.”

 

2. 보석보다 촛불

돈 많은 아주머니가 절에 왔습니다.

아주머니의 보석반지가 눈부시게 반짝였어요.

“보석도 돌인데 어쩌면 저런 빛을 낼까요?”

선재는 스님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스님은 보석보다 촛불이 되라고 했어요.

남의 빛으로 반짝이는 보석보다

자신을 태워 둘레를 밝히는 촛불이

더 값지다는 것을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3. 주춧돌

스님은 보석보다 주춧돌을 생각하라고 했어요.

“뵈지 않는 것에 눈을 돌리도록 하여라.”

사람들은 보석은 귀하다고 생각하면서,

집을 받치는 주춧돌은 잊고 있다고 했어요.

“보석은 눈을 호리지만 주춧돌은 집을 받친다.”

스님은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큰일을 하는 것이 정말 장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4. 징검다리

관음암으로 가자면 냇물을 건너야 합니다.

겨울이 되자 징검다리가 얼음으로 덮였어요.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라.”

선재는 스님의 손을 잡고 징검다리를 건넜어요.

냇물을 건너온 스님이 냇물로 들어갔어요.

“스님, 발 시린데 무엇을 하시려고요?”

“징검돌을 바로 놓아야겠어. 사람들이 건너기 쉽게.”

스님은 비뚜러진 돌을 바로 앉히고,

사이가 먼 곳에는 새 돌을 갖다 놓았어요.

 

5. 장님의 등불

밤길에 한 길손이 벌판을 헤매고 있었어요.

그 때 저만큼 등불이 오고 있었습니다.

“아, 저기 사람이 오네. 거기가 길이구나.”

길손은 등불을 향해 걸어갔어요.

등불을 든 사람은 뜻밖에도 장님이었습니다.

“아니! 당신은! 그런데도 등불을?”

“나는 등불이 필요없지만

눈이 밝은 사람에게는 필요하겠기에.”

길손은 장님의 등불 때문에 갈 길을 찾았습니다.

6. 일체유심조

선재와 아이가 스님께 물었습니다.

“스님, 불경 공부는 소리내어 읽어야 되지요?”

“그래, 입으로 읽고 귀로 들으니 공부가 잘 되지.”

“스님, 불경 공부는 마음으로 새겨야 되잖아요.”

“그렇지, 마음으로 그 뜻을 받아들여야 되지.”

선재와 아이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같이 물었어요.

“스님, 그럼 누구의 공부방법이 옳다는 것입니까?”

“법당의 부처님이 눈을 뜨셨더냐, 감으셨더냐?”

일체유심조-. 세상일은 생각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一切唯心造 : 세상일은 모두 마음 갖기에 달렸다.

 

7. 깨진 벼루

선방에 있는 벼루가 두 동강이 나있었습니다.

“이 벼루 네가 깼지? 바른대로 말해.”

선재의 말에 아이는 울상이 되었어요.

“아니야. 청소하려고 보니 깨져 있었어.”

“거짓말 마. 방에 들어간 사람은 너뿐이잖아.”

선재와 아이의 소리를 듣고 스님이 오셨어요.

“남을 의심하지 마라. 의심은 불신을 낳느니라.”

벼루는 행자가 문진을 떨어뜨려 깬 것이었습니다.

 

8. 코끼리 도둑

한 젊은이가 행자에게 끌려왔습니다.

“스님, 법당에 들어가 물건을 훔쳤어요.”

젊은이는 작은 청동코끼리를 들고 있었습니다.

“병든 아내와 굶주리는 아이들 때문에 그만……”

젊은이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그것도 부처님 뜻이니라.”

스님은 젊은이에게 쌀도 몇 박 내주시며

코끼리로 아내의 병을 고치라고 했습니다.

 

9. 부처님 눈에는

코끼리를 잃은 뒤로 선재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법당에 들어가는 사람을 잘 살펴야 해.”

선재의 마음을 알고 스님이 타일렀습니다.

“남을 의심하면 자기가 도둑심을 갖게 된다.”

“도둑을 잡으려는 것이 어째 도둑심이예요?”

“부처님 눈에는 모든 것이 부처로 뵌다잖느냐?”

스님은 좋은 생각이 좋은 일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제 6장 자기완성 편*

 

1. 착한 1학년들

일주문을 나서서 서낭당을 지나면

학교가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선재네 학교 1학년들은 참 착해요.

“이름표가 바른가 다시 한 번 살피고

똑바른 옷자락도 몇 번이고 고쳐보고

선생님, 안녕! 인사연습 해보고

학교길을 깡충깡충 뛰어갑니다…….”

선재는 책에서 읽은 동시를 읊조렸습니다.

 

2. 마음의 울타리

학교 둘레의 울타리를 헐어냈습니다.

가로공원과 학교놀이터가 하나로 되었어요

“울타리가 없으니 이렇게 넓고 좋구나.”

사람들이 모두 좋아했습니다.

선재는 그 소리를 듣고 노래를 불렀어요.

“-담장을 헐어요. 이웃과 이웃 사이,

담장이 있어서 네 집 내 집 따로지,

담장을 헐면은 모두가 하나예요.…….”

 

3. 작두콩 씨앗

스님은 산밭에 이랑을 만들어요.

선재는 이랑에 작두콩 씨앗을 심었습니다.

“한 호미자국에 세 개씩 심도록 하여라.”

“씨앗을 세 깨씩이나 심어요?”

“사람 입만 입이냐? 나눠먹어야지.”

“사람 입 말고 또 누구 입이 있어요?”

“한 개는 벌레 몫이고, 한 개는 새들에게 주고…….”

나머지 한 개는 우리가 먹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4. 마음 씻는 물소리

스님이 골짝물 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스님, 거기에서 무얼 하셔요?”

“물소리에 내 마음을 씻고 있다.”

“물소리로 어떻게 마음을 씻어요?”

귀로 들어간 물소리는 몸안을 돌면서

근심, 걱정, 욕심을 씻어간다고 했어요

선재도 스님 곁에 앉아 가부좌를 했습니다.

졸졸졸 물소리에 기분이 맑아졌습니다.

 

5. 거울 속의 얼굴

선재가 깨진 거울을 둘여다 보았습니다.

“깨진 거울을 보니 제 얼굴도 깨졌어요.”

선재의 말에 스님이 말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깨져 보인다고

네 얼굴이 실제로 깨진 것은 아니고

거울에서 네 얼굴이 사라졌다 해서

실제 네가 없어진 것도 아니니라.”

스님은 세상 일이 다 그와 같다고 했습니다.

 

6. 말이 씨가 되지

들쥐가 곳간의 곡식을 훔쳐 가요

“이 나쁜 놈 죽어버려라.”

선재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짐승이라도 그렇게 말하지 마라라.

말이 씨가 된다고 하지 않더냐.”

스님은 말이 씨가 되는 것이니

말로 죽으라고 하는 것도

살생이라고 했습니다.

 

7. 하나뿐인 입

선재가 밥을 먹으면서 이갸기를 했어요.

입에서 밥알이 틔어 나왔습니다.

“입도 눈이나 귀처럼 두 개면 좋겠어요.”

선재는 스님을 쳐다보며 말했어요.

“하나라도 말이 많은데 두 개면 어쩌겠니?”

“밥 먹는 입, 말하는 입이 따로면 되잖아요.”

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입이 하나인 것은 말을 적게 해서

구업을 덜 짓도록 하려는 것이니라.”

※口業 : 입으로 짓는 나쁜 행동.

 

8. 함정에 빠진 사슴

사냥꾼의 함정에 사슴이 빠졌습니다.

“불쌍하지, 밑을 살피지 못 했구나.”

스님은 사슴을 끌어내서 살려보냈어요.

“스님, 사슴이 왜 거기 빠졌어요?”

“먼 곳을 보느라고 발밑은 못 본 탓이지.”

높은 자리만 바라보며 사는 사람은

가까운 이웃을 모르는 일이 많으니

항상 낮은 자리 사람을 생각하라 했습니다.

 

9.사람의 마음

스님이 선재에게 말씀하셨어요.

거울에 꽃이 비쳤다고 해서

거울이 향기로울 수 없고

더러운 것이 비쳤다고 하여

거울이 더러워지지도 않는다고.

 

또 거울에 물체가 비쳤다 하여

무게가 더해지는 것도 아니고,

물체가 어디로 사라졌다고

무게가 줄어들지도 않는다고…….

 

10. 몸이라는 나라

날씨가 추워지면서 스님이 편찮으셨습니다.

병원에 가야 된다고 해도 듣지 않으셨어요.

“치료비는 낭비야, 병은 스스로 물러가게 해야지.”

“이러시다가 더 심해지면 어쩌시려고요?”

“내 안의 힘으로 물리칠 테니, 염려마라.”

스님은 몸이 국가라면 병은 침략자라고 했어요.

침략자를 구원병으로 물리치면 그것은

여우를 잡으려고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꼴이니,

병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야 된다고 했어요.

 

+ Recent posts